90대 치매 노모 숨지자 60대 두 딸도… 또 ‘돌봄 비극’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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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 사망 비관… 딸들 극단선택한 듯
고령화로 치매 환자 100만명 달해
“정부, 간병 가족 사회 단절 살펴야”
서울 강동구에서 치매를 앓던 90대 노모와 60대 두 딸이 지난 6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노모가 숨지자 비관한 두 딸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로 국내 치매 환자의 수는 1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치매 환자의 간병을 가족이 떠맡는 구조가 비극을 불러온다는 지적이 나온다.
치매 가족을 돌보던 가족 간의 비극은 반복되는 중이다. 지난 1월 대구에서는 치매에 걸린 80대 아버지를 10년 넘게 돌보던 50대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경기 수원에서 치매를 앓던 70대 아내를 살해한 80대 남편 A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아내의 병간호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던 것으로 조사됐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가족이 치매 환자의 주된 돌봄자 역할을 하면서 사회적으로 단절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치매 환자의 의료비와 간병비 등 질병 관리 비용도 큰 부담이다. 2021년 기준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평균 관리 비용은 2112만원이다. 같은 해 월평균 가구소득(464만2000원)을 연 소득으로 환산한 5570만원의 약 49.5%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복지 대상자에 대한 정보 제공을 확대하고 지원·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주제로 한 민생토론회에서 치매 어르신과 가족을 위한 ‘치매 관리 주치의’를 도입하겠다고 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치매 국가 책임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놨다.
석 교수는 “돌봄을 맡은 가족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해외에서는 가족 돌봄을 주요 정책 대상으로 두고 돌봄자에 대한 휴가나 자조 그룹 형성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강동구 세 모녀의 경우 치매 진단과 지원 연계, 치매 예방 사업 등을 담당하는 치매안심센터에는 등록돼 있지 않았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