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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뇌물 받고 기소했는데도 공소기각 안 된다는 법원…왜?

더불어 함께 2024. 4. 1. 18:12

 

 

 

검사가 뇌물 받고 기소했는데도 공소기각 안 된다는 법원…왜?

대법, 사기 혐의 재심 징역 2년6개월 확정
“뇌물 이유만으로 예외없이 공소기각하면
형벌권 실현이라는 법 이념에 반할 우려”

기자오연서
  • 수정 2024-04-01 08:31
  • 등록 2024-04-01 06:00

검사가 뇌물 받고 기소했는데도 공소기각 안 된다는 법원…왜? (hani.co.kr)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검사가 기소 대가로 고소인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해도 해당 사건을 일괄 공소기각해선 안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신 대법원은 이런 점을 감안해 형량을 조정할 필요는 있다고 봤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김희석(54)씨의 재심 상고심 공판에서 원심과 같이 징역 2년6개월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당시 기소됐던 피의자이자 재심청구자인 김씨는 애초 사건에서 징역 3년6개월형을 선고받고 이미 만기 출소했다.

김씨는 지난 2008년 게임기 유통업체를 운영하다 회사가 자금난에 빠지자 회사 지분을 ㅎ사에 넘기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회사의 재무구조 등을 속인 혐의 등으로 ㅎ사로부터 고소를 당했고, 이 사건으로 지난 2010년 징역 3년6월형을 확정받았다.

이후 김씨는 자신을 기소한 김아무개 전 검사가 자신을 고소했던 ㅎ사 운영자 ㄴ씨로부터 기소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전 검사는 이 사건으로 지난 2012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김씨는 자신의 사건을 재심 청구했고 지난 2021년 10월 법원이 김씨 청구를 받아들여 재심이 개시됐다. 법원은 김 전 검사 사례가 ‘공소 제기 또는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가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로 증명된 때’라는 형사소송법의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김씨 쪽은 수사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있기 때문에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원심 법원은 지난해 7월 재심 선고 공판에서 “검사가 뇌물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예외없이 공소를 기각하면 실질적 진실규범을 통한 형벌권 실현이라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목표이념에 반할 우려가 있다”며 “이런 경우에는 공소기각되지 않고, 법원에 기소한 내용에 따라 실제 판단을 하되 심리 판단 과정에서 검사의 뇌물 수수에 따라 수사가 편향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술 등의 신빙성을 신중하게 판단해 피고인의 불이익 가능성을 방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심 재판부는 김 전 검사가 뇌물을 받은 점 등을 김씨의 양형 사유로 참작해 김씨의 형을 1년 감형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 기각을 결정했다.

김씨는 초과 집행된 1년에 대해 지난 28일 서울고법에 형사보상금을 청구했다. 김씨는 “검사가 고소인에게서 뇌물과 향응을 제공받았는데도 이런 기소가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뇌물받은 검사의 부정한 의도를 피고인에게 입증하라는 법원 태도가 합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