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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남은 기간 ‘김건희 가담 정황’...권오수 유죄에 숨은 의미

더불어 함께 2023. 2. 11. 14:57

공소시효 남은 기간 ‘김 여사 가담 정황’...권오수 유죄에 숨은 의미

박용현입력 2023. 2. 11. 09:05수정 2023. 2. 11. 14:45
 
 

 

[논썰]도이치모터스 권오수 전 회장 등 1심 대부분 유죄
김건희 여사 가담 정황 드러난 시기 ‘공소시효’ 남아
 
[논썰] 공소시효 남은 주가조작, ‘김건희 수사’ 뭉갤 핑계 사라졌다. 한겨레TV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의혹을 받는 사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핵심 가담자들에 대해 대부분 유죄가 선고됐습니다. 판결 내용이 좀 복잡한 면이 있어서 궁금하실 텐데요, 자세히 분석해보겠습니다.

법원, 주가조작 인정 “죄질 가볍지 않아”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는 10일 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했습니다. 나머지 주요 가담자 5명에 대해서도 징역형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다만 ‘전주' 역할을 한 손아무개씨 등 2명은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나머지 한명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무죄를 받았는데, 이는 뒤에서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논썰] 공소시효 남은 주가조작, ‘김건희 수사’ 뭉갤 핑계 사라졌다. 한겨레TV

법원은 “전체 범행 기간에 시세조종이 3080여건에 이르고 죄질이 가볍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피고인들의 행위는 시세조종의 동기와 목적이 있었지만, 시세 차익 추구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성공하지 못한 시세조종으로 평가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는 양형 이유일 뿐입니다. 이번 판결로 주가조작이 실행됐다는 것은 사실로 인정됐습니다. 많은 범죄 수익을 얻지 못했더라도 주가조작이 중대 범죄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실패한 주가조작이라고 가볍게 처벌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증시 개장식에 참석해 “주가조작으로 얻은 범죄 수익은 확실히 환수하고, 이에 가담하는 이는 증권·금융시장에서 퇴출시킨다는 각오를 갖고 문제에 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모아집니다. 사실 어떤 사건의 관련자들이 1심 재판을 마칠 때까지 다른 관련자를 수사하지 않고 있다가 판결이 나오고 나서야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따져보는 지금의 현실 자체가 비정상적인 일입니다. 먼저 기소된 사람들은 시험삼아 기소하기라도 했다는 말입니까. 관련자를 일괄적으로 수사·기소했어야 합니다.

어찌됐든 유죄 판결이 났으니, 이번 판결이 김 여사의 혐의 및 수사 전망과 관련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공모 여부, 수사로 밝혀야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알고 가담했다면 주가조작의 공범으로 처벌받게 됐습니다. 문제는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소환조사도 한 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기소도 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이번 판결에는 김 여사에 대한 유무죄 판단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권 전 회장 등에 대한 검찰 기소, 그리고 이후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정황은 이미 여럿 드러났습니다.

김 여사 명의의 계좌 6개가 2010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즉 주가조작 시기 대부분에 걸쳐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에 사용됩니다. 나아가 김 여사가 위법한 주식 거래에 직접 관여한 정황도 녹취록이나 검사의 법정 발언을 통해 다수 제시됐습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2010 년 1 월 12 일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에게 직접 전화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한 통화 녹취록 (2022 년 5 월 27 일 공판 )
• 2010 년 1 월 13 일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에게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를 승인한 통화 녹취록 (5 월 27 일 공판 )
• 2010 년 6 월 16 일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에게 “ 저하고 이 ○○ ( 주가조작 주포 ) 씨 제외하고는 거래를 못하게 하세요 ” 라고 말한 통화 녹취록 (4 월 22 일 공판 )
• 2010 년 8 월부터 2011 년 초까지 2 차 작전 세력이 또다른 종목인 ‘ 우리기술 ’ 주가도 관리했고 김 여사와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가 여기에 참여했다는 검사 발언과 제시 자료 (11 월 11 일 공판 )
• 2010 년 11 월 1 일 주가조작 선수의 ‘8 만주 매도 ’ 요청 뒤 김 여사가 직접 증권사 직원에게 전화해 8 만주를 매도했다는 통화 녹취록과 검사 발언 (12 월 2 일 공판 )
• 2011 년 1 월 13 일 주가조작 공범 사무실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 김건희 ’ 란 이름의 파일 (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의 인출액 · 잔액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음 ) (4 월 8 일 공판 )
• 2011 년 6 월 10 일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가 도이치모터스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한 정황을 보여주는 증권사 직원과의 통화 녹취록 (10 월 28 일 공판 )
•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내부 정보를 자주 알려준 정황이 많은 녹취록으로 남아 있다는 검사 발언 (10 월 28 일 공판 )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 주가조작 일당과 공모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들입니다. 검찰이 본격 수사를 통해 공모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논썰] 공소시효 남은 주가조작, ‘김건희 수사’ 뭉갤 핑계 사라졌다. 한겨레TV

공소시효 남은 기간에도 ‘김 여사 가담 정황’

또 하나의 쟁점은 공소시효입니다. 1심 재판부는 2009년 12월23일부터 2012년 12월7일까지 3년간 이어진 전체 범행을 두 부분으로 나눴습니다. 중간에 주가조작의 ‘주포’가 바뀌는 등 “범행의 단일성과 계속성이 유지되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포가 바뀐 2010년 10월21일을 기준으로 그 이전과 이후를 두 개의 범죄로 구분한 것입니다.

이렇게 분리해놓고 보니 앞부분의 주가조작은 공소시효 10년이 지나버렸습니다. 그래서 처벌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 시기에만 주가조작에 가담했던 한 명이 무죄를 받은 이유입니다.

그러나 두번째 시기, 즉 2010년 10월21일 ~2012년 12월7일 사이의 주가조작은 공소시효가 모두 남아있습니다. 이 시기에 이뤄진 개별적 시세조종 행위를 하나로 묶어 ‘포괄일죄’로 인정했기 때문에, 공소시효는 마지막 행위 시점인 2012년 12월7일부터 10년이 됩니다. 그리고 이 공소시효가 지나기 전인 2021년 권 전 회장 등이 기소됐기 때문에 나머지 공범의 시효는 ‘정지’됩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이 시기에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면 공소시효는 남아있다는 말입니다.

그럼 여기에서 앞서 살펴봤던 김 여사의 주가조작 관여 정황들의 시점을 다시 보겠습니다. 적어도 아래의 3가지는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기간에 이뤄진 일입니다.

• 2010 년 8 월부터 2011 년 초까지 2 차 작전 세력이 또다른 종목인 ‘ 우리기술 ’ 주가도 관리했고 김 여사와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가 여기에 참여했다는 검사 발언과 제시 자료 (11 월 11 일 공판 )
• 2010 년 11 월 1 일 주가조작 선수의 ‘8 만주 매도 ’ 요청 뒤 김 여사가 직접 증권사 직원에게 전화해 8 만주를 매도했다는 통화 녹취록과 검사 발언 (12 월 2 일 공판 )
• 2011 년 1 월 13 일 주가조작 공범 사무실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 김건희 ’ 란 이름의 파일 (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의 인출액 · 잔액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음 ) (4 월 8 일 공판 )

이밖에도 공소시효가 남은 기간에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관여한 일이 더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기간에 시세조종 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검찰 수사로 밝혀야 할 대목입니다.

검찰 ‘늑장 수사’가 문제의 근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10년 넘게 법망을 피해왔습니다. 공소시효가 문제가 되고 있는 근본 원인 역시 진작에 수사와 기소가 이뤄지지 않은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원래 주가조작은 한국거래소에서 자동으로 포착돼 금융감독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조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재판 과정에서 이와 상반되는 검사의 발언이 나왔습니다.

판사: 이상거래는 한국거래소에서 자동으로 포착된다는데 그 당시엔 적발된 게 없었나 ?
검사 : (2012년) 적발된 게 있었다 .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관련해 남부지검까지, 금융조사부까지 의뢰된 게 있는데 수사로까지 진행되진 않았다 .
(2022년 11월11일 공판 내용, <한국방송>(KBS) ‘도이치모터스, 사건번호 133호’ 기사 인용)

검사는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서 작성한 ‘사건번호 133호, 도이치모터스 불공정거래 조사자료’라는 보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합니다. 이미 2012년 당시 주가조작이 포착돼 검찰에 수사의뢰까지 됐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검찰은 당시 수사의뢰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듬해인 2013년에는 경찰이 내사를 진행했는데 이 역시 석연찮게 중단됐습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20년 4월에야 언론의 의혹 보도와 고발로 검찰 수사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당시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있던 시기입니다. 수사는 지지부진했습니다. 이때라도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돼 기소가 이뤄졌다면 전체 범행 중 더 많은 부분이 공소시효를 넘지 않아 처벌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윤 대통령이 2021년 검찰총장을 사퇴한 뒤 비로소 수사가 급물살을 탔고 몇달 만에 권 전 회장까지 일사천리로 구속기소됐습니다. 검찰이 의지만 있으면 이렇게 ‘쉽게’(?) 밝혀낼 수 있는 범죄였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런 사건을 그토록 오랜 기간 동안 덮어뒀다는 것은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이야말로 진상이 분명히 밝혀져야 할 대목입니다.

이렇게 사건을 덮어놓다 보니 유죄 입증에도 어려움이 커졌습니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범행 시점으로부터 10년 이상이 경과하여 공소가 제기됨으로써 관련자들의 진술이나 증거에 대한 신빙성 평가가 용이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논썰] 공소시효 남은 주가조작, ‘김건희 수사’ 뭉갤 핑계 사라졌다. 한겨레TV

김 여사 ‘소환 불응’ 두고 거짓 답변까지

검찰은 권 전 회장을 기소한 뒤 김 여사도 소환조사를 하려 했으나 실패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둘러싸고 한덕수 국무총리의 거짓 답변 논란도 일었습니다. 한 총리는 지난 7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여사의 2022년 1월 검찰 소환 불응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 합법적 소환인데, 사정이 다 나갈 수 있는데 안 나간 건 잘못이죠 . 그러나 무슨 이유가 있었겠죠 . 그것은 일반 국민이 가지는 하나의 자기 방어권 아니겠습니까 . 왜 안 나갔을까요 . 그건 저는 모르겠습니다 .”

특별한 이유 없이 소환에 불응하는 것은 잘못인데 특단의 사정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취지입니다 . 그런데 한 총리는 이후 자신의 발언을 정정하며 “검찰에서 김 여사를 (소환)통보한 사실은 전혀 없고 따라서 김 여사가 검찰 소환에 불응한 사실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소환에 불응한 사실 자체를 부정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얼마 가지 않아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을 제시하며 한 총리를 반박했습니다. 2022년 1월10일 국회 회의록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습니다.

박주민 의원: 지금 김건희씨를 빼고 나머지 관련자들 다 구속기소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사건 , 김건희씨에 대해서 공소시효가 다 되어 간다라는 걱정과 우려가 있어요 . 김건희씨 관련돼서 소환 통보받았는데 지금 소환 안 되고 있지요 ?
강성국 법무부 차관: 예 ,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 조율 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

국무총리까지 나서 뻔한 사실조차 부인해가며 김 여사를 보호하려는 ‘범정부적’ 노력이 엿보입니다. 그러니 현 정부 들어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땠을지 짐작이 갑니다.

[논썰] 공소시효 남은 주가조작, ‘김건희 수사’ 뭉갤 핑계 사라졌다. 한겨레TV

대선 이겼으니 뭉개겠다는 건가

도이치모터스 사건 선고가 나온 날, 마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세번째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검찰의 추가 소환 요구를 받은 이 대표가 “제가 부족해서 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모욕적이고 부당하지만 (대선의) 패자로서 오라고 하니 또 가겠다”고 말한 데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대선에서 이겼으면 권력을 동원해 사건을 못하게 뭉갰을 것이라는 말로 들린다”고 비꼬았습니다. 그런데 한 장관의 말은 김건희 여사의 경우에 정확히 들어맞는 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에 있던 시기에 이 사건은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이 검찰을 떠난 시기에 반짝 수사가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한 장관의 말대로, 윤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긴 뒤로는 다시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뭉개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번 유죄 판결이 나오고도 검찰은 계속 김 여사 수사를 뭉갤 것인지, <논썰>이 계속 주시하겠습니다.

기획·출연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