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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머무는 북쪽 끝 ‘게자리’

더불어 함께 2021. 2. 8. 13:55

태양이 머무는 북쪽 끝 ‘게자리’

[이태형의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2월 둘째 주 별자리

2021.02.08 07:56 이태형(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관장)

태양이 머무는 북쪽 끝 ‘게자리’ – Sciencetimes

 

 

 

 

 

설날이 다가오면서 별빛을 가리던 달은 새벽하늘에서만 잠시 모습을 보일 뿐이다. 달빛이 사라진 밤하늘에서는 가는 겨울을 아쉬워하며 겨울 별자리들이 마지막 갈라 쇼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저녁 무렵부터 봄철의 별자리를 이끌고 동쪽 하늘에 등장하는 사자자리는 머지않아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2월 둘째 주 별자리 여행의 주인공은 겨울철 별자리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게자리이다. 4등성 이하의 별들로만 이루어진 게자리(cancer)는 황도 12궁 중 가장 희미한 별자리로 달이 없는 밤에만 겨우 볼 수 있다. 이번 주에는 태양이 머무는 가장 북쪽 끝인 북회귀선(tropic of cancer)을 나타내는 게자리를 찾아 별자리 여행을 떠나보기로 하자.

하얀 소띠의 해

이번 주 금요일인 2월 12일은 음력으로 2021년 1월 1일인 설날이다. 2021년은 세차(歲次)로 신축년(辛丑年) 하얀 소띠의 해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2년을 주기로 자신의 띠가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매번 색깔이 바뀌는 것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다. 띠의 색깔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세차가 정해지는 원리부터 알아야 한다.

세차는 간지(干支)를 연도에 배정한 것이다. 간지는 하늘을 십간(十干)인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로 나누고, 땅을 십이지(十二支)인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로 나눈 것을 차례로 배열한 것이다.

십간과 십이지를 차례로 배열하면 갑자, 을축, 병인, 정묘 등 60개의 간지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을 60갑자라고 한다. 십간과 십이지라는 두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60갑자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020년이 경자년이었기 때문에 올해는 신축년이 되고, 내년은 임인년이 된다.

60갑자의 원리. Ⓒ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간지를 월(月)에 배정하면 월건(月建)이 되고, 날짜에 배정하면 일진(日辰) 된다. 이렇게 간지를 이용해서 날짜와 월, 그리고 연도를 세는 달력을 만세력이라고 하는데 기원전 10세기 무렵인 중국 주나라 때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3000년 정도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세어져 오고 있다.

3000년이면 100만 일이 넘기 때문에 세차로는 60갑자가 50번 정도가 돌았고, 일진으로는 무려 1만 8000번 이상 돈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 무렵에 만세력이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세차를 비교하면 중국과 우리나라의 시대를 정확히 비교할 수 있다.

그렇다면 60갑자의 색깔은 어떻게 정해지는 것일까? 색깔을 정하는 것은 하늘을 상징하는 10간이다. 10간에는 하늘의 방위를 나타내는 다섯 가지 색이 배정되어 있다. 오방색으로도 불리는 이 색은 동쪽은 청색, 서쪽은 백색, 남쪽은 적색, 북쪽은 흑색, 중앙이 황색이다. 옛날 사람들은 하늘의 동서남북에 각각 청룡, 백호, 주작, 현무가 지키고 있고, 그 안에 임금님(황색)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60갑자의 색. Ⓒ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10간은 두 개씩 짝을 이뤄서 청, 홍, 황, 백, 흑 순서로 오방색이 배정된다. 즉, 갑과 을로 시작되는 해는 청색이다. 그리고 병과 정으로 시작되는 해는 적색이다. 작년과 올해는 경과 신으로 시작되는 해였기 때문에 하얀색이다. 즉, 2020년 경자년은 하얀 쥐띠의 해였고, 2021년 신축년은 하얀 소띠의 해가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내년인 2022년 임인년은 검은 호랑이띠가 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임진왜란이 일어난 임진년(1592년)은 검은 용띠의 해였고, 3.1독립 운동이 있었던 기미년(1919년)은 노란 양띠의 해였다.

태양이 머무는 북쪽 끝 게자리

2월 8일 밤 10시경 남동쪽 하늘. Ⓒ 스텔라리움, 천문우주기획

하늘에서 태양이 지나는 길을 30도씩 12개로 나눈 것을 황도 12궁이라고 부른다. 황도 12궁은 태양이 춘분날 머무는 양자리에서 시작되어 동쪽으로 황소자리, 쌍둥이자리, 게자리, 사자자리, 처녀자리, 천칭자리, 전갈자리, 궁수자리, 염소자리, 물병자리, 물고기자리로 이어진다. 황도 12궁을 차지하는 열두 별자리는 대부분 밝은 별을 포함하지만 네 번째인 게자리와 열두 번째인 물고기자리는 3등성 이상의 밝은 별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중에서도 게자리는 화려한 겨울 별자리들 속에 끼어 있어 더욱 희미해 보이는 별자리이다.

쌍둥이자리의 1등성인 폴룩스와 작은개자리의 1등성인 프로키온, 그리고 사자자리의 1등성인 레굴루스를 연결하는 삼각형 안에 의자 모양으로 놓여 있는 희미한 별자리가 바로 게자리이다. 도시의 하늘에서는 하나의 별도 찾기 힘들지만 시골 하늘이라면 등받이가 있는 의자의 중앙에 희미한 빛의 얼룩이 묻어 있는 것까지 볼 수 있다.

게자리 찾는 방법 Ⓒ 이태형의 별자리 여행

마치 의자의 바닥에 붙어 있는 껌처럼 보이는 이 빛의 얼룩은 프레세페(Praesepe)라고 불리는 별들의 집단(산개성단)이다. 프레세페는 여물통을 의미하는데, 바로 동쪽에 보이는 두 별에 각각 ‘북쪽 아기 당나귀’와 ‘남쪽 아기 당나귀’라는 이름이 붙어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 아라비아 사람들은 이 두 개의 별과 프레세페성단이 놓여 있는 모양을 아기 당나귀들이 여물통에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모습으로 보았던 것이다. 프레세페가 별들의 집단이라는 것을 처음 알아낸 사람은 최초로 천체 망원경을 발명한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갈릴레이였다.

게자리와 프레세페성단 Ⓒ 조상호, 천문우주기획

프레세페 성단과 주변의 네 개 별은 우리나라의 황도 별자리인 28수(宿) 중 23번째인 귀(鬼)수에 해당한다. 남쪽 하늘을 지키는 주작(朱雀, 붉은 봉황)의 눈에 해당하는 이곳에 귀신을 뜻하는 귀수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뿌옇게 보이는 프레세페 성단이 마치 귀신처럼 느껴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태양이 이 별자리를 지나는 시기가 바로 하지였다. 태양이 머무는 북쪽 끝을 의미하는 북회귀선(北回歸線)을 영어로 ‘the Tropic of Cancer’로 쓰는 이유가 바로 태양이 하지에 게자리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비록 지구의 세차운동으로 현재 태양이 머무는 북회귀선의 실제 위치는 게자리의 서쪽에 있는 쌍둥이자리로 옮겨갔지만, 춘분점을 기준으로 하늘을 12등분 한 황도 12궁의 위치로는 여전히 북회귀선이 위치한 곳을 황도 제4궁인 게자리로 부르고 있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 이 게는 헤라클레스가 괴물 뱀 히드라와 싸울 때 헤라클레스를 미워했던 헤라 여신이 히드라를 돕기 위해 보낸 거대한 괴물게로 알려져 있다. 이 괴물게는 결국 헤라클레스의 발에 밟혀 죽게 되고, 헤라 여신은 자신을 위해 죽은 이 게를 불쌍히 여겨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다른 이야기에서는 제우스 신이 아들인 헤라클레스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전리품인 게를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었다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