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오는 27일과 내달 1일 상영될 예정인 천안함 다큐멘터리 ‘천안함 프로젝트’를 연출한 백승우 감독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아직까지 사고 원인을 찾지 못해도 부끄럽지 않은 사건인데도 군과 정부 당국이 너무 일찍 조사결과를 발표했다”며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백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TOD(열상감시장비) 영상에서 나타난 천안함의 폭발 부위의 상태를 검증하기 위해 실제 TOD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비교한 실험 결과도 다큐멘터리에서 소개한다. 수온이 아무리 낮고 조류가 강한 당시 환경이었다 해도 적어도 10여 분 간은 그 주변의 수온변화가 TOD 영상에서 감지돼야 한다는 것이 실험결과였다.

백 감독은 지난 1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TOD 실험결과를 설명하면서 폭발이 있었다면 최소한의 수온변화가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감독은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와 함께 인천 앞바다에서 340도까지 달군 쇠붙이를 바다에 담갔다가 뺀 뒤 10여 분 간 TOD 카메라로 관측했다. 관측결과 10여 분이 지났어도 TOD 카메라에서는 쇠붙이를 담궜던 부위의 수온이 주변 수온과 다르게 지속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 당시 함수와 함미가 갈리진 직후에도 TOD 영상에서는 주변 바닷가의 수온 변화가 전혀 없었을 뿐 아니라 천안함 절단면에도 수온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폭발이 있었겠느냐는 의문을 영화에서는 소개한다.  이  같은 의문은 사건 초기에도 제기됐으나 이를 실험 영상으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이밖에도 왜 이 같은 의심이 드는데도 의심하지 못하게 하느냐에 대한 목소리를 전달한다. 백승우 감독은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얘기를 못하게 하는 것인지 하는 생각이 가장 컸다”며 “제작과정에서 천안함 사건이 너무나 복잡하고 어려운 정말 새로운 사건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4월 1일 오후 국방부에서 한 해군 대령이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한 침몰 당시 추가 공개된 천안함의 영상을 설명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는 “폭침이건 좌초건, 군함이 근해에서 부러진 것은 세계에서 유일한 일”이라며 “원인을 찾는데 몇 년이 걸려도 부끄럽지 않은 사건인데도 군은 그렇게 (북한 어뢰로) 발표를 해버렸다. 이는 우리 수준에 전혀 맞지 않는 답이었다. 그만큼 (발표에 대한) 반대의 의견이 나오면 반증을 해줘야 하나 되레 의견 자체를 막는 것은 우리 국민 수준을 너무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 감독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천안함 사건을 할지만 그 실체가 무엇인지는 모른다”며 “공부를 열심히 해야 감이 잡힐 만큼 어려운 사건이다. 문제는 천안함 사건은 북한이 아니라는 식으로만 언급해도 대한민국 가치관을 의심받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출의 변에서도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왜’라는 질문은 과학적이고 좋은 것으로 교육받았는데, 북한만 관여되면 왜 이 질문이 사라지는 것일까라며 이 질문을 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정부 발표와 이에 대한 이종인 신상철 대표의 견해, 이후 군장성 등의 고소로 3년째 재판을 받고 있는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의 법정신, 이런 사회분위기에 대한 문제점 등으로 구성됐다.

백 감독은 촬영을 하면서 의문 해소가 되지 않았던 대목에 대해 “좌초라는 주장이 나왔을 때  군은 ‘배 밑이 깨끗하니 좌초가 아니다’라고 했다”며 “그런데 천안함에 실제로 가봤더니 배 아래 부위가 긁혀있었다. 눈에 긁힌 게 보이는데 없다고 믿으라면 믿어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천안함 프로젝트
 

백 감독은 평소 ‘상징과 비유’ 기법을 쓰던 영화와 달리 직설적으로 사건의 스토리를 풀어가는 다큐멘터리 제작 방식이다 보니 제작방식이 많이 달랐다고도 전했다. 그는 “원래 상징이나 비유하는 영화를 하던 게 내스타일이었는데, 이 주제는 내 스타일대로 제작할 수가 없었다”며 “직접 얘기해도 어려운데, 상징과 비유를 가미하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발표에 대해 백 감독은 “의심할 만한 구석이 있으며, 일관되지도 못했다”며 “천안함은 북한 짓이라고 정부가 발표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의 의문을 해소해줄 답을 내어주는 것이 의무이다. 그런데 이것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내가 영화를 만든 배경”이라고 밝혔다.

한반도에 가장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에 영화를 내는 것에 대해 백 감독은 “사람들이 다들 ‘기가막힌 타이밍에 영화를 낸다’고 한다”며 “나는 남북관계와 천안함 문제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북한 문제는 북한 문제대로 풀고, 천안함은 천안함대로 풀어야 할 숙제이다. 이를 못하게 하는 것이 공포스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