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로 천안함 침몰사건 발생 3주기를 앞두고 박근혜 정부가 이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장병 46명의 희생에 대한 굴레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여전히 3년 전 북한어뢰의 폭침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됐다는 주장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고 있으며, 가장 적극적인 진상규명 요구를 해왔던 민주통합당 조차 지난 대선을 지나면서 표를 의식해 ‘폭침’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이에 반해 최근까지도 천안함 진실투쟁을 벌이고 있는 재미과학자들은 정부주장이 상식과 과학의 눈으로도 근거가 없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천안함 의혹을 제기해온 대표적인 재미과학자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 교수는 천안함 3주기를 맞아 미디어오늘에 24일 보내온 이메일 인터뷰 답변서에서 ‘북한 1번 어뢰에 의한 폭침’이라는 정부 발표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인터뷰에서 “상식인으로 보아도, 과학자로서 보아도, 북한어뢰설을 뒷받침하는 아무런 물질적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정부와 합조단이 그 잘못된 주장을 내세우기 위해 무리하다가 조작까지 했다고 보여지는 부분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천안함 연돌과 어뢰, 일반어선에 붙은 흡착물질 비교사진. ⓒ천안함 조사 언론3단체 검증위원회
 
정부 조사보고서 내용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에 대해 이 교수는 천안함 선체와 침몰지역에서 수거했다는 이른바 1번어뢰에 붙은 ‘흡착물질’과 이를 입증하기 위해 실시한 모의폭발실험에서 나온 ‘흡착물질’을 꼽았다. 이 세가지 흡착물질이 폭발에 의해 검출되는 물질이어야 하며, 성분이 모두 일치해야 ‘어뢰설’이 성립된다. 그러나 문제는 폭발에서는 나올 수 없는 성분(S, 황)이 검출됐으며, 실험에서 나온 데이터는 폭발로 나올 수 없는 데이터를 제시해 조작 의혹이 제기돼왔다.

이 교수는 “합조단이 내세운 소위 ‘흡착물질’에 있어서, 합조단이 실시했다는 실제 폭약을 사용한 모의폭발실험에서 나온 흡착물질의 과학적 데이타가 조작이 됐다는 것이 분명하다”며 “‘흡착물질’ 데이터가 북한어뢰설의 결정적 증거라고 합조단이 내세운 만큼 이 데이터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데이타들의 진위는 과학적으로 명확히 밝힐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진실규명을 두고 이 교수는 “(적어도 정부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진실의 윤곽은 거의 드러났다고 본다”며 “특히 수많은 상식인들과 몇 전문가들의 합리적 의문들이 진실규명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46명이나 되는 젊은 장병들이 꽃다운 나이에 희생됐는데, 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적어도 정상적인 사회라면 국회 차원에서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며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진실에 기반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가 지난 2011년 3월 천안함 1주년 기념 토론회에 나와 발언하는 모습. 이기범 언론노보 기자.
 
박근혜 정부에 대해 이 교수는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이전의 이명박 정부 때 벌어진 천안함 사건에 약간은 자유롭기를 바란다”며 “현 국회가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천안함 사건이 낳은 사회적 의미를 두고 “이 사건으로 지난 몇 년간 한국사회에서는 상식과 이성이 많이 훼손됐다”며 “그것을 복원하는데 천안함 진상규명이 첩경”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현재 뒤틀어진 남북관계를 풀어가는데 천안함 침몰사건과 이명박 정부의 엉터리 조사에 기반한 5․24 조치가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천안함 사건의 진실이 무었인지 밝힌 뒤 진실에 기반한 정책을 세우는 것이 남북관계를 신뢰와 대화로 푸는데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안함 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