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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츠 인 마이 시위 백'... 조회수 34만 탄핵 시위 브이로거의 탄생 [인터뷰] 2030 여성 브이로거 한지인 "옳은 길 향해 움직일 준비 돼 있다"
더불어 걷는 길
2025. 1. 28. 08:19
2030여성들은 어떻게 살아왔길래 광장에 뛰쳐나올까. 우리 이야기는 우리가 기록한다. "백날 지워봐라, 우리가 사라지나."[기자말] |

▲유튜브 '한지인'의 왓츠인마이데모백 쇼츠시위 가는 길, 가방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 한지인관련사진보기
'빵많이먹기실천연구회' 깃발, 아이크(아이뷰 응원봉), 접이식 방석, 보조배터리, 마스크, 단백질바.
가방 속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물건들이 탄핵 시위 현장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시위 갈 때 필요한 물건들을 가방에 담은 '왓츠인마이데모백'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상을 제작한 2030여성 브이로거 한지인의 동영상 총조회수는 34만을 돌파했다. 지난 18일 대전에서 탄핵 시위 브이로거 '한지인'을 만나 그녀가 기록한 시위와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2030 여성 콘텐츠에 중독된 유애나(아이유 팬클럽), 브이로거 한지인입니다."
- '왓츠인마이데모백'이라는 아이디어가 정말 신선하다고 느껴지는데, 어떻게 떠올리게 되셨나요?
"제가 왓츠인마이백(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보여주는 콘텐츠) 영상 보는 걸 진짜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좀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 시위를 영상 콘텐츠라는 형태로 담아내게 된 과정과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이유 콘서트 브이로그나 친구들과 노는 브이로그를 찍어본 적이 있어요. 일상 속에서 소중한 순간들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는 게 익숙했으니까, 시위 현장에서도 자연스럽게 담게 됐어요. 특히 이번 시위에 나가니까 2030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더라고요. 저도 그 여성 중 한 명으로서, 우리 시선으로 기록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https://youtu.be/3h4V_9mKNQQ
- 시위에 나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아직도 계엄령이 터지던 날이 기억나요. 친구들이랑 뮤직펍에서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계엄령이 터졌어요. 순간적으로 오늘 이렇게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왔는데 모든 게 사라져 버릴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들었어요. 그러고 나서 '아, 이건 정말 아니다'라고 생각했죠. 그 주에 있던 집회부터 나가기 시작했어요."
- 그렇게 시작된 시위 브이로그에 어떤 마음을 담으셨나요?
"어느 단체나 정당 소속이 아니라 2030 여성 개인의 행보라는 점을 강조했죠. 저 같은 여성이 많고, 우리는 언제나 옳은 길을 향해 움직일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기록하고 싶었어요."
'기다리고 있었어. 그때의 우리가 지금의 너희를'
https://youtu.be/wFMoXDpnQb8
- 편집할 때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을까요?
"102030 여성이 주로 소비하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했어요. 유행하는 밈이나 짤 같은 재밌는 형식을 활용해 시위 브이로그를 누구나 부담 없이 볼 수 있게 캐주얼하게 제작했어요. 집회 OOTD("Outfit OfThe Day"의 약자로, 그날 입은 옷을 보여주거나 소개하는 콘텐츠)나 플레이리스트(노래 목록), 왓츠인마이데모백 모두 같은 맥락에서 나온 거예요."
https://youtu.be/6rOzqkyIOhw
- 저도 영상을 재미있게 봤어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영상에도 썼는데, 4050 민주주의 선배분들이 보내주신 푸드트럭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한강 작가의 '과거는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자가 산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어요. '기다리고 있었어. 그때의 우리가 지금의 너희를'이라는 문구가 있었어요."

▲한지인 브이로그시위 브이로그에서 민주주의 선배들이 보내준 트럭을 발견했다 ⓒ 한지인관련사진보기
- 브이로그에는 못 담았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을까요?
"어묵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옆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왔어요. 명박 산성 때부터 집회에 나갔는데, 그때는 맨몸으로 막고 누웠다고 하더라고요. 물대포를 쏘는 걸 눈으로 보셨고 엄청 살벌했대요. 색깔이 있는 물대포를 쏴서 옷에 티가 나면 다 연행해 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진짜 힘드셨겠다고 했죠. 지금은 너무 편해져서 계속 나온다고 하셨어요. (웃음) 그 덕분에 우리가 평화롭게 집회를 하는 구나 싶어서 감사했죠."
- 가장 인생 깊은 시청자 반응이 있는지 궁금해요.
"윤석열이 체포된 날, 제 영상에 오셔서 '고맙다. 체포됐다'는 댓글을 남겨주셨어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했어요.
남태령 브이로그 중 손에 밥을 쥐고 있는 장면이 있는데, 누군가가 '손이 달달달 떨리는 걸 보니 기분이 이상하다'는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댓글을 보기 전에 제 손이 떨리는지도 몰랐어요. 그때야 아 내가 정말 추웠구나, 라고 생각했죠. 이런 점들까지 세심하게 발견해 주시고 의미를 찾아주셔서 감사했어요. 그리고 '전봉준과 현대의 유관순이 만난 것 같다'는 댓글도 기억에 남아요."
- '유애나(아이유 팬)'라고 하셨는데, 아이유가 시위에 선결제를 했잖아요. 마음이 좀 특별했을 것 같아요.
"선결제한 곳에 정말 가고 싶어서 리스트도 다 알아 놓고, 친구들한테 자랑도 했어요. 이미 제가 도착하고 나니까 다 소진됐다고 해서 아쉽게도 먹지는 못했어요. 다른 누구도 아니고 제가 좋아하는 아이유가 선결제를 해줬다는 사실에 되게 자랑스러웠어요. 악플을 굉장히 많이 받은 아티스트 중에 한 명이잖아요. 분명히 이 반응을 다 예상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을 위해 지원해 줘서 팬심이 차올랐죠."

▲한지인 브이로그아이유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 한지인관련사진보기
- 영상에서 '지은아 콘서트 하기 좋은 세상 만들어줄게'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지인님이 생각하는 좋은 세상이란 뭔가요?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할 수 있는 일상이라고 생각해요.
세월호, 이태원, 오송 참사 같은 인재로 인한 재난이 없어야죠. 참사에 대한 대응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사회, 애도가 유난이 아닌 사회, 책임질 사람은 응당 책임지는 사회가 돼야 할 것 같아요. 시위에서 불리는 '다시 만난 세계' 가사처럼 반복되는 슬픔에 안녕을 고할 수 있는 세계가 되길 바라요."
한지인은 이번에 왓츠인마이데모백을 다시 찍었다. 처음엔 잘 몰라서 짐을 바리바리 챙겼는데, 5주차가 지나니 짐이 간소화됐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지인은 '시위 고수'가 되어가고 있다. 익숙해진 짐 속에는 소중했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