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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맘 "한동훈 딸 논문 대필 가능성 커.. 끝까지 파헤칠 것"

더불어 걷는 길 2022. 6. 24. 14:33

미주맘 "한동훈 딸 논문, 대필 가능성 커.. 끝까지 파헤칠 것"

조소진 입력 2022. 06. 24. 12:00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계기로
美 전역서 모여 입장문 '미주 교포 엄마들'
자녀·처조카·고교생 '스펙 공동체' 파헤쳐
참고 문헌 살피고 '표절' 원저자에 연락도
"가짜 스펙 美 명문대생 한국 돌아가 취직"
"잘못된 행동 바로 잡으려 끝을 볼 것" 의지
편집자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녀와 처조카들에게 제기된 ‘편법 스펙 쌓기’ 의혹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일보 조소진·이정원 기자는 ‘아이비 캐슬’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이번 논란의 진원지인 미국 쿠퍼티노와 어바인을 찾아갔다. 국제학교가 모여 있는 제주도와 송도, 미국 대입 컨설팅학원이 몰려 있는 서울 압구정동도 집중 취재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저와 관계없는 조카가 대학 간 걸 물으면 할 말이 없다’고요. 그래서 한 장관에게 묻습니다. 딸의 스펙이 조카들과 똑같이 부정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면 어떡할 건가요.”

이달 초 미국 현지에서 만난 ‘미주교포 엄마들(미주맘)’ 모임 대표 A씨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미주맘은 지난달 16일 세계에서 가장 큰 민간 청원 플랫폼 ‘체인지’에 ‘한동훈 딸의 허위 스펙 의혹에 대한 미주 한인들의 입장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해 24일 기준으로 1만1,610명의 동의를 얻었다.

미주맘은 한동훈 장관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생긴 자발적 모임이다. 사는 곳도 다르고 살아온 배경도 다르지만 이들은 미국 전역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작은 단체를 만들었다. ‘입시 정의를 위하여(For Justice In College Application)’라는 이름으로 한 장관 자녀와 처조카, 쿠퍼티노 '스펙 공동체' 고교생들의 논문 표절 의혹을 고발하고 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들은 지금도 일주일에 2, 3회 온라인으로 모여 수많은 논문과 에세이를 한 문장 한 문장 뜯어보고 있다. 표절 피해를 본 저자들과 대학 입학처에 직접 연락도 했다. 이들이 이렇게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린 그저 진실과 공정을 원하는 사람들이에요. 부정을 발견하니 참을 수 없었어요. 이 문제가 이대로 묻혀 버리면 대학을 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도덕과 몰양심이 괜찮다고 말하는 거잖아요. 가짜 스펙을 만드는 건 잘못된 거라고 이야기해야죠.”

미주맘이 민간 청원 플랫폼 ‘체인지’에 올린 입장문. 체인지 캡처

미주맘은 한 장관 자녀가 쓴 논문 형태의 글 8개 중 일부는 ‘대필’이 의심된다고 했다. 같은 사람이 쓴 글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영어 수준과 문장 구조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①우선 영국식과 미국식 영어를 오가는 글쓰기가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한 장관 자녀가 2021년 12월 27일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에 단독 저자로 발표한 논문 '의료 개선을 위한 고급 컴퓨터 기술의 활용(Machine learning in healthcare - Application of advanced computational techniques to improve healthcare)'에는 미국식 철자(organization, modeling) 대신 영국식 철자(organisation, modelling)가 반복해 나온다.

'미주맘'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딸의 논문들을 분석하고 있다. 미주맘 제공

그러나 한 장관의 자녀 이름으로 2021년 12월 31일 게재된 ‘분쟁 이후 교육과 의료 개혁-코소보의 사례(Education and Healthcare Reforms in Post-Conflict Setting: Case Studies in Kosovo)’ 논문에는 같은 단어들이 미국식 철자로 적혀 있다. “컴퓨터의 언어는 미국식과 영국식 영어를 구분해요. 두 영어의 철자 차이를 ‘오타’로 인식하는 거죠. 똑같은 저자가 이 논문은 미국식 영어로, 저 논문은 영국식 영어로 작성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에요.”

'미주맘'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딸의 논문들을 분석하고 있다. 미주맘 제공

②비슷한 시기(2021년 11월 28일, 12월 11일, 12월 27일)에 발표된 논문인데도 문법 수준이 판이한 경우도 있다. “지문이나 족적, 목소리처럼 글에도 고유한 개인의 스타일이 묻어나요. 한 장관 딸이 쓴 논문과 웹진에 올린 글을 모두 살펴봤는데, 'like'와 'such as' 용법을 정확하게 구분한 논문이 있는가 하면, ‘콤마(,)’를 생략하는 기초적인 문법 실수를 한 글도 있어요. 관계대명사 'which'를 자주 사용하는 문장 스타일이 다른 논문에선 전혀 등장하지 않죠.” ‘복사 붙여넣기’를 하다가 실수로 참고 문헌을 표기하는 [1]을 ‘I’로 적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미주맘'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딸의 논문들을 분석하고 있다. 미주맘 제공

③허위로 의심되는 참고문헌 인용도 많다고 했다. 저술한 부분과 전혀 상관없는 논문이 참고문헌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논문들에 나오는 참고문헌을 일일이 확인해봤어요. 원문을 고의로 누락한 경우도 있었고, 웹문서에서 단순 인용한 문장을 892차례(구글 학술 검색 기준)나 인용된 유명 논문에서 따온 것처럼 참고문헌을 바꿔치기한 경우도 있었어요. 외부에 드러나는 논문의 질을 높이기 위한 행동이죠.”

한 장관의 자녀와 처조카, '스펙 공동체'에 이름이 올라간 이들의 논문을 살펴보면서 미주맘이 느낀 감정은 충격과 분노였다. “한 장관의 처형 진모씨가 미국에서 벌인 '스케일'에 놀라고 있어요. 이렇게 사기 치는 경우는 처음 봐요. 이번 일을 계기로 약탈적 학술지에 논문을 올리는 등 돈을 내고 '가짜 스펙'을 쌓고 있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많다는 건 확실히 알게 됐죠.”

왼쪽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녀가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에 단독 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 중 핵심 주장을 요약한 결론 부분. 오른쪽은 한 장관의 자녀가 표절한 논문. 이 논문은 IEEE에 게재되기 8개월 전 한 에세이 거래 사이트에 올라와 있었다. 두 논문의 일치도는 82.2%에 달한다. 미주맘 제공

이들은 ‘스펙 공동체’ 논란이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 명문대를 졸업한 다수의 학생이 한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같이 분노해야 할 문제예요. 학생들 대부분이 한국으로 돌아가 더 쉽게 더 높은 자리에 취직하고, 그렇게 부와 권력을 재생산하고 있어요. 무엇이 잘못된 행동인지 모르는 괴물로 성장하는 거죠.

이들의 목표는 ‘끝을 보는 것’이다. 미국 대학 입학사정관이 학생 한 명의 원서를 살피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분 남짓. 미주맘은 이미 그 몇 배의 시간을 들였고,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지만 끝까지 파헤치겠다고 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기 때문에 지금 바로잡아야 해요. 우리 아이들이 ‘저렇게 가짜 스펙을 쌓는 건 잘못된 행동’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해야죠.

쿠퍼티노·어바인=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쿠퍼티노·어바인= 이정원 기자 hanak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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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빠진 한동훈 처조카.. 관할 교육청 "스펙 의혹 조사 못해"

이정원 입력 2022. 06. 24. 09:00 수정 2022. 06. 24. 09:41 
쿠퍼티노 고교 졸업식 참석해보니 
한동훈 장관 처조카는 졸업식 불참
최양 언니가 SNS 불만 표출하기도
"그 정도 했으면 다들 입 좀 다물라"
한인 사회 파장 "왜 저렇게까지" 의문
편집자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녀와 처조카들에게 제기된 ‘편법 스펙 쌓기’ 의혹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일보 조소진·이정원 기자는 ‘아이비 캐슬’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이번 논란의 진원지인 미국 쿠퍼티노와 어바인을 찾아갔다. 국제학교가 모여 있는 제주도와 송도, 미국 대입 컨설팅학원이 몰려 있는 서울 압구정동도 집중 취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몬타비스타 고등학교 학부모들이 3일(현지시간)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운동장 입구로 모여들고 있다. 이정원 기자

"고교 시절은 무언가를 위한 수단이나 여정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몬타비스타 고교 관계자의 졸업식 연설 중)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쪽 쿠퍼티노에 위치한 몬타비스타 고교에선 지난 3일(현지시간) 501명의 학생들을 위한 졸업식이 열렸다. 가족들은 화려하게 꾸민 손팻말을 들고 교문 앞으로 모여들었다. 행사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운동장을 둘러싼 관중석은 빼곡히 채워졌고, 곳곳에선 학생들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인도인 학부모는 기자에게 "힘들었던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포기 없이 학업을 끝낸 아이들을 향한 자부심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몬타비스타 고등학교 졸업식이 열린 3일(현지시간) 학부모들은 보라색 가운을 입은 졸업생들을 보기 위해 운동장 관중석을 가득 채웠다. 이정원 기자

합창단의 축하공연과 연설이 끝난 후 학교 관계자들은 졸업생 전원을 일일이 호명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차례로 연단에 올라 졸업장을 수여받았다. 학생들 이름이 불릴 때마다 친구들과 가족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큰 박수를 보냈다. 이날 졸업생 명단에 적힌 70% 이상의 학생들은 인도, 중국, 한국 출신이었다. 학교가 실리콘밸리 중심에 자리 잡은 탓에 인근 IT기업에 종사하는 아시아계 엘리트 이민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날 보라색 졸업 가운을 입은 학생들 가운데 한국인 학생 한 명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둘째 처조카 최모(19)양이었다. 최양은 한 살 터울인 언니를 따라 올해 9월 아이비리그(미국 동북부에 있는 여덟 개의 유명 사립대)로 분류되는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입학을 앞두고 있지만, 논문 표절 의혹 등 고교 시절 언니와 함께 쌓은 스펙들로 인해 미주 한인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논란이 커지자 어머니 진모(49)씨와 한국으로 돌아간 최양은 이날 직접 연단에 올라 졸업장을 수여받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최양의 언니는 이달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모든 헛소리(언론 보도 추정) 때문에 내 동생이 졸업파티에도,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그 정도 했으면 다들 입 좀 다물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누군 교수 밑에서 연구하고도 논문 포기했는데"

몬타비스타 고등학교 졸업식이 열린 3일(현지시간) 학부모들이 학교 건물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정원 기자

이날 만난 졸업생과 학부모들은 모두 진씨 모녀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을 인식하고 있었다. 진씨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교육열이 넘치는 열정적 엄마'를 넘어 '입시 컨설턴트'로 알려져 있었다. 8년째 쿠퍼티노에 거주 중인 학부모 A씨는 졸업식이 끝난 뒤 기자에게 "진씨가 6년 전쯤 이사 온 뒤부터 엄마들에게 대입과 관련한 압박을 주면서 '이걸 해야 한다' '저걸 해야 한다'며 불안감을 자극해 거리를 뒀다"며 "그사이 다른 엄마들과 함께 '스펙 공동체'를 꾸려 무리한 일을 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졸업생 이모(19)군의 어머니 B씨는 이날 아들의 지난했던 대입 준비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군은 데이터 사이언스 전공으로 올해 미국 퍼듀대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B씨는 "(아들이) 비교과 활동을 하려고 교수 수십 명에게 연구 제안 메일을 보냈고, 답장을 보내준 분과 여름방학 내내 연구를 진행했다"며 "그런데 데이터가 충분히 나오지 않아 결국 논문 작성은 포기했다. 대신 어떤 내용으로 연구했는지 솔직하게 적어 (대학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이런 B씨에게 최양의 '논문 표절' 논란, 특히 '원저자의 데이터값을 베꼈다'는 이야기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관할 교육청 "논문 등 외부활동은 관리 대상 밖"

프리몬트 교육청의 학업 진실성 규정(Academic Honesty Policy)은 학생의 표절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표절을 범죄시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미국은 지역 교육청별로 엄격한 학업 진실성 규정(Academic Honesty Policy)을 두고 있다. 몬타비스타 고교를 관할하는 프리몬트 교육청 규정에 따르면, 학생이 표절한 경우 교육청과 학교는 학점 감점뿐 아니라 리더십 활동 금지와 전학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다수의 한인 사회 학부모들은 이번 표절 논란과 관련해 "교육청 차원의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진씨의 두 자녀가 쓴 논문들은 모두 관할 교육청의 통제 범위 바깥에 있었다. 프리몬트 교육청 측은 '학생이 외부 활동으로 작성한 논문 표절도 교육청 규정의 적용 대상인가'를 묻는 본보 서면 질문에 “학교 밖에서 혹은 졸업 후 진행한 비교과 활동은 (교내 과제 등이 아니기에) 교육청 관할이 아니다"고 답했다. 졸업식이 끝난 뒤 학교에서 만난 몬타비스타 고교 관계자는 "오늘은 학생들을 축하하는 날이라 언론과 대화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쿠퍼티노= 이정원 기자 hanako@hankookilbo.com
쿠퍼티노=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