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000,000,000,000마리..읽기도 힘든 이 수, 개미였다
전체 무게는 1200만t, 야생 조류·포유류 합친 것보다 많고 사람의 20%
㏊당 해마다 토양 13t 물어 올리는 '생태계 엔지니어', 식물 씨앗 확산도

지구에서 가장 많은 고등동물은 뭘까. 개미라는 답이 어렵지 않게 나올 것이다. 수뿐 아니라 무게도 만만치 않아 세계적인 개미 연구자이기도 한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지구의 개미를 합치면 사람 전체 무게에 이를 것”이라고 ‘개미 세계여행’에 적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추정은 특정 지역의 조사결과를 지구 전체로 확장한 어림짐작이었다. 극지방을 뺀 지구 전 지역에 서식하는 개미가 각각 어디에 얼마나 사는지를 조사한 500개 가까운 기존 연구를 종합해 검토한 새로운 추정이 나왔다.
패트릭 슐테이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박사 등 국제연구진은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체계적이고 실증적으로 개미의 실태를 추정한 첫 시도에서 지구의 개미 개체수는 땅 위에 사는 3000조 마리를 포함해 나무까지 포함하면 모두 2경 마리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경은 2 뒤에 0이 16개 붙은 수이다.

개미 한 마리의 무게는 평균 1∼5㎎에 지나지 않지만 천문학적으로 수가 많다 보니 전체 무게는 1200만t에 이르렀다(마른 중량으로 탄소의 무게만 따진 것). 슐페이스 박사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이 정도 생물량은 야생 조류와 포유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으며 인류 전체 생물량의 20%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처음 이뤄진 분포지 조사에서 개미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은 열대 사바나(33%)와 열대우림(31%)으로 열대 지역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했고 이어 온대 활엽수림(10%) 온대 초지(8%) 사막과 건조지역(7%) 등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이번 결과가 개체수 면에선 기존 추정보다 2∼20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생물량 면에선 널리 알려진 ‘사람 무게’ 만큼보다는 적게 나타났다”며 “이번 집계에서 타이가 숲과 땅속 개미가 빠져 있는 등 추산이 보수적으로 이뤄져 실제 개미의 수와 양은 이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논문에 적었다. 개미 자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측면도 있다. 개미는 현재 1만5700여 종이 알려졌지만 그만한 규모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개미의 규모로도 이 동물이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슐페이스 박사는 “땅 1㏊에 사는 개미가 1년 동안 굴을 파느라 표층으로 물어 올리는 토양의 양은 13t에 이른다”며 “개미는 토양의 영양순환을 유지하는 데 엄청난 영향을 끼치며 식물의 씨앗을 퍼뜨리는 데도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고 말했다.

코끼리와 같은 대형 동물은 땅을 파헤치거나 다지고 나무를 쓰러뜨리는 등 ‘생태계 엔지니어’ 구실을 하는데 몸이 작지만 수가 많은 개미도 그런 일을 한다는 얘기다. 연구자들은 “개미가 무척추동물 종의 1.2%를 차지하지만 생물량이 적어도 6%에 이른다”며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기능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동물과의 공생, 포식자나 먹이로서의 구실 등도 여기 포함된다.
인용 논문: Proceeding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220155011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