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尹 당선인 수사 공수처와 인수위 간담회는 부적절
- 기자명 전혁수 기자
- 입력 2022.03.29 01:50
[의견] 尹 당선인 수사 공수처와 인수위 간담회는 부적절 < Issue < 기사본문 - 뉴스버스(Newsverse)
공수처법 3조 "대통령도 공수처 사무 의견제시해선 안돼"
선관위는 "선례없다" 거부…공수처는 "일단 응할 생각"
하승수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범위"…"선관위보다 더 민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통령직 인수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진행할 '간담회'와 관련,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수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간담회'는 당초 29일로 예정됐으나, 일정이 하루 늦춰져 30일 오전 10시로 잡혔다.
간담회에서는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당시 공약했던 공수처법 24조 (고위공직자범죄 수사 우선권) 폐지 및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남발과 관련한 의견청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법 24조는 다른 수사 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를 인지한 경우 공수처에 통보하도록 하고, 공수처의 이첩 요구시 이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이 조항이 공수처의 우월적 지위를 규정한 '독소조항'이라며 개선 또는 폐지를 공약했다. 반면 공수처는 '공수처법 24조' 폐지에 반대 입장을 보인 상태다.
인수위는 간담회에서 윤 당선인의 의견을 질의 응답 형식을 통해 공수처 측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공수처법 3조'다. 공수처법 3조는 공수처의 독립성을 위해 대통령이나 대통령 비서실 공무원은 공수처 사무에 관해 업무보고나 자료제출 요구, 지시, 의견제시, 협의, 그 밖의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수위가 업무보고가 아닌 '간담회' 형식을 취한 것도 이 조항을 의식해서다.
하지만 공수처법 3조는 업무보고 뿐만 아니라, 의견제시나 협의 자체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인수위의 '간담회' 형식을 통한 의견제시가 위법 논란을 야기할 소지가 크다. 더욱이 윤 당선인 자체가 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법조인들 가운데는 간담회를 요구한 인수위나, 요청에 응하는 공수처나 둘다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공수처는 윤 당선인 관련 의혹 8건을 입건한 상태이고, 특히 지난 2020년 21대 총선직전 대검 간부가 여권 정치인과 언론인 등을 고발해달라고 고발장을 야당에 전달한 '고발 사주'와 관련해선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당선인 자체가 핵심 피의자 신분이다.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재직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준성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긴 했지만, 공수처 수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외에도 공수처가 수사 중인 ▲판사 사찰 문건 불법 작성 개입 의혹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 수사 의혹 등에서도 윤 당선인은 피의자 신분으로 공수처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로 얽혀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수위의 간담회 요구는 공수처에 대한 수사 압력으로 비춰지고, 압력 행사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까지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자신을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하고 있는 공수처에 대해선 법률로 보장된 독립기관으로서의 지위를 침해하는 것으로 보일 만한 '인수위 간담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공수처와 마찬가지로 업무보고 의무가 없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인수위의 '간담회' 요구를 거부했다. 선관위는 "선례가 없고 선거를 앞두고 오해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간담회 거부 이유로 들었다. 공수처도 인수위의 간담회에 응하게 되면 정권교체기마다 간담회를 해야 하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
하승수 변호사는 "공수처는 선관위보다 더 민감한 곳"이라며 "인수위가 공수처와 만남을 갖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또 "윤 당선인이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기도 하지만, 윤 당선인은 대통령에 취임하면 공수처 수사 범위에 포함된 신분으로 바뀌게 되고, 인수위 관계자들 역시 향후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있는 공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