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 "나꼼수 멤버들 시민 지지 사유화 지켜볼 수 없었다"
조준혁 기자 입력 2021. 11. 09. 17:15
김용민 "나꼼수 멤버들 시민 지지 사유화 지켜볼 수 없었다" (daum.net)
[인터뷰]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
"주진우, 시민 지지 등에 업고 실력자 됐다"
"편향 방송? 심의 기준 없는 유튜브일 뿐"
"이재명 정부 들어서면 정치 유튜브 중단"
[미디어오늘 조준혁 기자]
정확히 10년 전인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등장했다. '나꼼수 열풍', '나꼼수 신드롬'이라는 단어가 언론에 등장했다. 그야말로 선풍적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나꼼수 멤버들은 진보 진영에서 내로라하는 스피커가 됐다. 논란의 인물이기도 한 김어준씨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진행하며 여론을 선도하고 있다. 주진우 기자는 프리랜서 활동을 하며 KBS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TBS 라디오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를 진행 중이다. 정봉주 전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연일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김용민 PD로 익숙한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개신교계 단체를 이끌며 구독자 50만 명의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더 이상 자신이 나꼼수 멤버가 아님을 선언한 이가 있다. 바로 김 이사장이다. 김 이사장은 주 기자에 대한 비판을 계기로 이런 선언에 나섰다. 8일 서울 구로구 한 스튜디오에서 미디어오늘과 만난 김 이사장은 “(나꼼수 멤버들이) 시민들 지지를 사유화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편향 유튜브를 진행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심의가 있는 지상파도 아닌 유튜브에 너무 엄숙주의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자신이 하는 방송은 편향이 아닌 편파 방송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김 이사장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 정치 유튜브계를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공직에 가는 일도 없을 것이고 정치를 하는 일도 없을 것이고 지상파 방송에 등장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이 8일 서울 구로구 한 스튜디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준혁 기자
- 지난해 주 기자에게 공개 질의를 하면서 더이상 나꼼수가 아니라고 선언했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우리가 나꼼수를 하면서 인기와 명망을 얻은 것 아니겠는가. 그 인기와 명망에 대한 각자의 의미 해석은 달랐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 나는 민주시민의 어떤 의지를 대리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2011년 당시 MB정권이 하늘을 찌르고 언론도 정권의 적수가 되지 못했었다. 우리가 그런 일을 해나간다는 차원에서 민주 시민들이 지지를 해줬다. 이 같은 지지를 통해 얻은 것도 참 많다. 무언가 할 때마다 응원이 따라왔다. 이런 지지와 응원을 사유화해선 안 된다고 봤다. 사유화는 한마디로 괴물이 되는 것이다. 주 기자는 지난해 광복절 전후로 전광훈 목사가 방역 혼란을 일으켰는데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극우적으로 선동하는, 교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을 하는 전 목사에 대해선 저희가 쭉 연구해왔다. 주 기자가 왜 이러지 싶었고 또 계속해서 여기저기 소문에 '윤석열 검찰'과 관련돼 있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 최근엔 평화나무는 정 전 의원 직장 내 갑질 의혹을 제기했다.
“작성한 기자 또한 저하고 같이 일하니까 나꼼수 스피커들에 대해 적대감이 있었겠는가. 호의적 감정을 갖고 있었기에 가급적이면 보도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정 전 의원 입장에서 보려고 했다. 그러나 갈수록 확실해졌다. 취재 기자가 피해 증언이 명확해서 보도해야겠다고 얘기를 해왔다. 이사장의 사적 인연 때문에 하지 말라고 말한다면 평화나무는 접어야 한다.”
- 당사자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신빙성 있는 근거들을 접한 것인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윤 후보와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가 통화한 적이 있다. 불편한 질문이 오갔는데 끊고 나서 얼마 안 있다가 바로 주 기자가 이 기자에게 전화를 해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삼성 수사를 하는데 좀 봐줘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했다고 한다. MBC 검언유착 보도 이후 주 기자를 만난 적 있다. 한동훈 검사장 휴대폰을 왜 공개 안 하는지 물었었다. 별건 수사를 해서 괴롭힐까 봐 공개 안 하는 것이라는 뉘앙스로 이야기까지 해주더라. 지금 열린공감TV 보도에 따르면, 김만배씨에 이어 주 기자도 윤 후보 청문회 팀이었다는 것 아닌가. (열린공감TV는 J기자라고만 언급) 지난해 7월에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찾아가 윤 후보에게 불이익을 주면 안 된다는 이야기까지 했다는 것을 다양한 루트로 확인했다. 지난해 11월 사석에서 윤 후보 징계 위원회가 소집될 당시였는데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 내리기와 무엇이 다르냐는 이야기까지 했다고 한다. '윤석열 패밀리' 아니냐고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정 전 의원 건과 관련해선 최근에 취재한 것이다. 오랫동안 정 전 의원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은닉해 놓고 있다가 공개하는 것이 아니다. 어마어마한 직장 내 갑질들이 있었다. 이런 얘기까지 하는 건 웃기지만 동생이 프로듀스101 논란으로 감옥에 갔다 왔지 않은가. 평화나무는 거기에 대해서도 비판 기사를 냈다. 이른바 '삼당합당'(김용민 이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나꼼수 멤버들이 함께 활동하는 모습을 비꼬는 표현) 속, 내가 나꼼수에서 배제돼 '주 기자나 정 전 의원에 대한 저격이다' 이렇게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미디어오늘은 김용민 이사장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주진우 기자와 정봉주 전 의원에게 반론을 요청했다. 이들은 공식 반론을 전하는 대신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 2015년 당시 방송인 김어준 씨, 주진우 기자,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의 모습.(왼쪽부터)ⓒ민중의소리
- 지지의 사유화를 통해 주 기자가 무엇을 얻으려 했다고 보는가?
“나꼼수를 통해 명성을 얻고 검찰에서는 진보진영 스피커로 예우를 받고 그러면서 정보를 받고, 그렇게 명망가로 커온 것 아닌가. 대한민국에서 주 기자라고 하면 어느덧 정의로운 탐사 기자의 표본이 됐다. 어떤 정치인이든지 만날 수 있는 일종의 권력도 얻게 됐다. 이게 지지의 사유화다. 그는 굉장한 명망가에 실력자가 됐고, 막후에서 역할을 하는 정무적 조정자가 되기도 했다.”
- 직접 입장문을 내기도 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여권 내 분열을 일으켰다는 비판을 SNS상에서 많이 받는 것 같다.
“어떤 분열을 일으킬 목적으로 평화나무가 기사를 냈다는 게 말이 되겠는가. 평화나무 보도는 어떤 이들을 상대하더라도 성역이 없다. 가스라이팅 당한 사람들을 대변하는, 갑질 당하는 사람들을 대변할 뿐이다. 평화를 세우는 일을 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우리는 여당이고 야당이고 없다.”
- 사실상 나꼼수 시대가 끝났다는 세간의 평가도 있다. 지난 10년을 총평해본다면?
“언론이 부재했고 정치가 무력했다. 민주당 역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한때는 민주당 정치인들이 나꼼수 무대에 올라와 같이 사진을 찍으려 할 정도였다. 시민들은 MB에 맞설 수 있는 효능감 있는 도전자로서 당시 나꼼수를 주목해줬던 것 같다. 또 언론들이 제대로 하지 못해서 잡놈들이 환대를 받은 거다. (그렇게 10년이 지났고) 김씨, 주 기자, 정 전 의원 그 세 사람과 나를 비판해도 좋다. 그렇지만 당시 시민들이 응원했던 이 부분들까지 다 비판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니체의 말처럼 (주 기자나 정 전 의원은)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처럼 된 것 아닌가 싶다. (나꼼수는 끝났지만) 받은 사랑에 대해서는 빚지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꼼수 활동이 어떠했냐는 총평은 죽는 날에 가서 하겠다.”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이 8일 서울 구로구 한 스튜디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준혁 기자
-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도 시끌벅적했다. 일각에선 이재명 후보 편향 방송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이후 지상파 방송 진행을 하고 있지 않다. 편향 방송이라는 표현은 부정적이다. 편파 방송으로 표현하고 싶다. 지상파도 아닌 세계에서까지 편파 방송을 하지 말라는 거는 동의할 수 없다. 방송 심의도 없지 않은가. 이 후보에 대한 지지는 내 양심에 관한 문제다. 2009년으로 기억하는데 이 후보가 민주당 주말 부대변인을 하던 시절부터 주목했다. 성남시장 이후에는 모라토리엄 선언하고 이런저런 행정을 펼쳐가면서 물건이구나 싶었다. 2017년 대선 무렵에는 안 될 후보지만 미래의 어떤 싹을 키우는 기분으로 후원금을 보냈고 인증을 했다. 나는 이 후보를 지지하지만 그렇다고 유튜브하면서 가짜뉴스를 유포했다든지 고의로 거짓 선동을 했다든지 사실 아닌 주장을 폈다든지 그런 적은 없던 것 같다. 그런 게 있었다면 지적 받았으면 좋겠다. 잘못 얘기했으면 바로 사과하고 정정하기도 했다. 양심의 입장에서 이 후보를 지지했던 것이고 그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 것들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유튜브는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유튜브가 방송 심의 기준에 부합하는 방송을 하려면 그에 걸맞은 혜택이 있어야 한다. 그런 걸 다 포기하고 나와 유튜브 방송을 하는데 그 사람들한테 '야 너희는 혜택은 없지만 하여튼 여기 심의 기준대로 해' 이거는 아니라고 본다.”
- '블랙리스트 논란' 이후 이낙연 캠프 측을 향해 날선 반응을 쏟아내기도 했다.
“불편한 걸 갖고 문제 삼을 수는 있다. 그런데 이낙연 캠프에선 문서로 일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지지 횟수 이런 것들을 셈하고 했다. 심지어는 이동형 작가 같은 경우 YTN 라디오에서 하차시켜야 한다고 했다. 명백한 블랙리스트다. 그렇게 넘어가면 안 됐다. 민주당 아닌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적폐청산 차원에서 지난 정부 블랙리스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낙연 캠프는 민주당 대선 승리를 외치는 유튜브까지 리스트업을 해가지고 빨간 딱지 붙이는 일을 한 것이다. 이 전 대표가 만약 집권하면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바로 이 일을 하겠구나, 국민소통수석실이 이런 일을 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민주당 대선 후보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3년 당시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 주진우 기자, 정봉주 전 의원의 모습. ⓒ민중의소리
- 긍정적으로 보면 미디어비평, 부정적으로 읽으면 기성 언론에 대한 불만과 혐오 정서를 표출하고 있. 이러한 비판은 어떻게 바라보는가?
“이른바 민주진영 내 지지자들 상당수가 진보 언론도 싫어하지 않는가. 그 마음이 이해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아무도 옹호해 주는 사람이 없지 않았나. 진보 언론이 그때 깨닫고 좀 새로워져야 했는데 문 대통령에 대해서도 똑같이 하려 한다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지금 또 돌이켜보면 (민주진영에서) 너무 언론을 악마시하다 보니 언론인들도 기본적으로 여당에 대해서는 무조건 그냥 까고 보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 기성 언론에 대한 불만과 혐오에 관해서는 사실 이제는 답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대안 언론을 만들고 유튜브도 해보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지 않았는가. 그래서 앞으로는 언론이 좋은 기사를 많이 낼 수 있게, 또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 최근엔 '김용민 PD'보다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으로 불리고 있다.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있나.
“꿈이 있다면 개신교 케이블 방송을 만들고 싶다. 마이너한 교회지만 옳은 목소리를 내는 목사님들 설교도 내보내고, 교회 개혁에 관한 뉴스도 내보내고 싶다. 또 기독교 범죄 역사박물관도 구상 중이다. 기독교 역사 속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 학살이라든지, 십자군 전쟁 마녀사냥부터 시작해서 제주 4·3 당시 영락교회 청년들로 구성된 청년회가 제주도에 가서 민간인들을 괴롭혔던 일을 회개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나는 이미 지상파 졸업 선언을 했다. 지난 추석 전주까지 이 작가가 불쌍해서 나를 YTN 라디오에 게스트로 불러줬는데 그마저도 정리했다. 정리한 이유는 이제 내 목소리를 내면서 살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선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 내가 방송을 맡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지상파 졸업 선언에 모든 게 담겨있다. 복당해서 정치인이 된다든지 장·차관을 맡는다든지 하다못해 무슨 공기업 감사를 맡는다든지 이런 건 일절 없을 것이다. 지상파 라디오 진행도 포함된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 정치 유튜브도 중단하려 한다. 그 이유는 지금 극도의 정치 혐오가 와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