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서 윤석열 ‘판사 사찰’, ‘한동훈 봐주기’ 인정됐다
법원 “윤석열 정직 2개월 징계 정당”
강석영 기자 getout@vop.co.kr
발행2021-10-14 17:33:28 수정2021-10-14 17:33:28
법원서 윤석열 ‘판사 사찰’, ‘한동훈 봐주기’ 인정됐다 - 민중의소리 (vop.co.kr)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 2021.10.13.ⓒ뉴시스 / 제주도사진기자회
법원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판사 사찰’, ‘한동훈 봐주기’ 의혹이 사실로 인정됐다. 법원은 14일 법무부가 윤 전 총장에게 내린 정직 2개월 징계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윤 전 총장은 재임 시절 비위 행위로 징계받은 첫 검찰총장으로, 이번 재판에서 징계의 정당성이 인정되면서 평소 강조했던 ‘공정’, ‘객관’의 이미지도 흔들리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는 이날 윤 전 총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내 징계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2개월의 정직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요 징계 사유로 지목된 ▲판사 사찰 의혹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 봐주기 의혹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윤 전 총장의 이런 행위가 “검찰사무의 적법성 및 공정성을 해하는 중대한 비위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윤 전 총장의 비위 행위에 비하면 정직 2개월의 징계는 오히려 약하다는 판단도 있었다. 재판부는 “검찰공무원 범죄 및 비위 처리지침 등 양정기준에 따르면 면직 이상의 징계가 가능하므로,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은 양정기준에서 정한 징계양정 범위의 하한보다 가볍다”고 봤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뉴시스
“윤석열, 판사 사찰 문건 위법성 알고 있었다”
윤 전 총장 징계 사유 중 가장 논란이 됐던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해 재판부는 국가공무원법이 정한 법령준수의 의무와 검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 전 총장의 지시에 따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작성한 재판부 분석 문건에는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해 수집된 개인정보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봤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은 ‘고발 사주’ 의혹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곳이기도 하다.
이어 재판부는 “윤 전 총장은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이 완료된 뒤 이를 보고받았음에도 위법하게 수집된 개인정보들을 삭제 혹은 수정하도록 조치하지 않고 오히려 위 문건을 대검 반부패부·공공수사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며 비위 사실을 인정했다.
“공판업무와 관련한 용도의 범위에 있는 문건”이라는 윤 전 총장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지난 2월 해당 의혹에 대한 서울고법 감찰부의 무혐의 처분과도 다른 판단이다.
한동훈 살리려고 감찰 막고 수사 개입하고…
재판부는 또 윤 전 총장이 최측근으로 분류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방해했다고 인정했다. 한 검사장은 검언유착 의혹의 실질적 설계자로 지목됐으나 윤 전 총장의 비호 아래 기소를 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검사장에 대한 ‘감찰 방해’ 의혹 관련 재판부는 윤 전 총장이 적법하게 개시된 감찰을 중단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채널A 사건에 대한 감찰은 대검 감찰부장의 ‘감찰개시 보고’만으로 적법하게 개시됐다”며 “검찰총장은 대검 감찰부장의 조치가 현저히 부당하거나 직무의 범위를 벗어난 경우 그 직무수행을 중단할 수 있으나, 이 사건의 경우 대검 감찰부장의 감찰개시 보고에 이와 같은 사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이어 “그런데도 윤 전 총장은 적법하게 개시된 채널A 사건에 대한 감찰을 중단하고 대검 인권부에 채널A 사건을 조사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가 비검찰 출신 감찰부장이 있는 대검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는데, 윤 전 총장이 자신의 수하에 있는 인권부로 조사 주체를 변경한 것은 감찰 방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동훈 검사장 2021.05.21.ⓒ공동취재사진
또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방해’ 의혹에 대해 재판부는 윤 전 총장이 부당하게 수사에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 전 총장은 최측근으로 인식되던 한동훈이 채널A 사건에 관련됐으므로, 채널A 사건 수사에 개입해서는 안 되거나 그 개입을 최대한 자제할 직무상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며 “윤 전 총장은 채널A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대검 부장회의에 위임했는데, 윤 전 총장 역시 이런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윤 전 총장은 수사지휘권 위임 취지에 반해 소집요건을 갖추지 못한 전문수사자문단의 소집을 직접 지시했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대검 부장회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했다”며 직무상 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윤 전 총장이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정치활동 할 것을 시사했다며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다는 징계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윤 전 총장 측은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다. 윤 전 총장 대리인은 “법률과 증거에 따라 판단 받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판단과 검토가 이뤄진다면 오늘 판단은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다고 믿고 종전과 같이 주장하고 입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6일 윤 전 총장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당시 징계위는 윤 전 총장에 대한 6가지 징계 대상 혐의 중 판사 사찰 등 4가지를 인정했다.
이에 반발한 윤 전 총장이 다음날인 12월 17일 법원에 징계처분 취소청구 소송과 함께 징계 효력을 본안 재판까지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집행정지 신청은 12월 24일 받아들여져 윤 전 총장은 업무에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