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민주당 내부 “경제권력 이재용 가석방 왜 침묵하나” 성토

더불어 걷는 길 2021. 8. 9. 14:32

민주당 내부 “경제권력 이재용 가석방 왜 침묵하나” 성토

오기형 의원 “죽은권력 이명박근혜 사면엔 반대하더니” 박용진 “민주당 정권 큰 부담줄 것”
심상정 “이재용 가석방은 또다른 국정농단” 강민진 “촛불정부 반납해야”

민주당 내부 “경제권력 이재용 가석방 왜 침묵하나” 성토 -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mediatoday.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심사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집권 여당이 이재용 가석방 밀어붙이기 움직임에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죽은 권력 이명박 박근혜 사면은 반대하면서 살아있는 경제권력 이재용의 가석방엔 침묵한다는 위선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석방이 이뤄질 경우 이는 제2의 국정농단이며, 문재인 정권은 촛불정부라는 이름을 반납해야 한다는 날선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초선 의원인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죽은 정치권력의 사면에는 반대이지만, 살아있는 경제권력의 가석방은 침묵인가”라며 “우리당 대선후보들의 관심을 촉구한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어떠한 입장이냐”고 비판했다.

오 의원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 대선후보 다수가 TV토론 과정에서 사면 반대 의사를 밝혔다며 “그렇다면 이재용 가석방 여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혀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오 의원은 “최근 몇 가지 여론조사를 배경으로 이재용 가석방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듯하며, 내일 법무부 가석방위원회에서는 이를 심사하여 결정할 예정”이라며 “최근 가석방 허용 기준의 변경, 새 기준을 적용한 이재용 가석방 결정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오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다른 형사사건도 재판 절차를 진행 중이며, 이러한 경우에도 가석방 결정을 한 사례가 있는지 의문이지만, 과연 적절한 것인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결정이 이루어질 경우 우리 사회에 주는 메시지를 두고 “‘재벌도 법 앞에 평등하므로 특혜를 주어서도 안되지만 불이익을 줄 필요도 없다’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주장처럼 그 가석방을 ‘법 앞에 평등한 집행’이라고 볼까, 아니면 역시 ‘법위에 삼성’, ‘살아있는 경제권력 삼성’이라는 신화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저는 후자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며, 이 점을 우려한다”며 “다시 한번 우리당 대선후보들의 관심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오기형 페이스북

판사 출신인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단호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9일 오전 페이스북에 밝힌 입장에서 “촛불혁명으로 드높아진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부패범죄 가석방’으로 다시 추락해서는 안 된다”며 “86억원의 횡령/뇌물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정된 사람을 가석방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되더라도 가석방 여부는 재량”이라며 “국민연금에 수천억원 대의 손해를 가하며 경영권 불법승계를 했다는 혐의로 재판 중인 사람을 가석방하는 것은 반사회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게다가 동종범죄”라며 “죄를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는데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돈도 실력이야’라던 정유라의 말을 정부가 스스로 입증해주는 꼴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썼다.

그동안 거의 유일하게 이재용 사면·가석방 반대 목소리를 내어 온 당내 대선주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8일 페이스북에서 “삼성전자라는 기업을 상대로 한 범죄로 구속된 사람이 기업을 위해 풀려나야 한다는 논리의 허망함은 물론이고, 완화된 가석방 기준에 겨우 턱걸이 하는, 0.1% 이하의 가석방 대상자 중 한명이 이재용이 된다면 그 부담은 이명박 정권 시절 ‘이건희 원포인트 사면논란’ 이상으로 우리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와 함께 이재명 후보를 향해 “이런 면에서 실망스럽고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달 20일 삼성전자 화성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재벌이라고 해서 가석방이라는 제도에서 불이익을 줄 필요도 없다”고 했고, 이틀 뒤 국회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주장을 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18일 형이 확정되는날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박 의원은 2019년까지 가석방자의 87%가 형기의 80% 이상을 복역한 반면, 70%도 채우지 않은채 가석방된 수형자는 0.32%에 불과했다는 경향신문 보도내용을 들어 “더 의심스러운 것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달부터 가석방 심사기준을 형기의 60% 이상으로 완화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이런 상황을 잘 알면서 불이익이라고 말하는 것은 누가 봐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지사 뿐 아니라 송영길 대표도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8월이면 형기 60%를 마쳐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도체 산업계의 요구 국민정서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차원의 입장이나 공개적인 지도부 회의에서 이재용 가석방에 대한 언급은 찾기 어렵다. 기자회견에서 질의해도 찬반에 대한 의견을 늘 피하거나 논의한 적이 없다는 침묵 일변도의 태도를 보여왔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들은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재용 가석방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은 9일 민주당 측에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침묵하는 이유와 민주당이 삼성에 눈치보는 것 아니냐는 안팎의 의심과 비판에 관한 의견을 질의했으나 민주당은 분명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낮 미디어오늘에 보내온 문자메시지에서 “이재용 가석방 문제 관련해서는 오후 심의결과에 따라 논평으로 입장을 내는 것을 논의중”이라고만 답변했다.

한편, 정의당은 1인시위까지 하면서 가석방 반대투쟁에 나섰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적격 결정을 한다면 법무부 장관의 허가로 13일경 가석방이 이뤄지게 된다”며 “이번에도 삼성과 총수일가는 특혜의 대상이 되었고, 그 특혜의 자리에 어김없이, 온갖 의혹의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서울구치소는 ‘수사·재판 중인 사건이 있는 경우는 법원·검찰 등 관련기관의 의견 등을 조회해 예비심사에 반영해야 한다’는 법무부 가석방 업무지침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며 “이 부회장 가석방이 사전에 정치적으로 결정된 것이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다면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면죄부를 주는 셈”이라며 “위원회의 가석방 결정은 사법체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초래하고, 나아가 국가의 기강을 무너뜨린 또 다른 국정농단 사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강민진 페이스북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재벌특혜 가석방, 이게 공정이냐”며 “저는 오늘부터 이재용의 가석방이 불허될 때까지, 법무부 앞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1인시위에 나섰다. 강 대표는 “우리는 모두 법 앞에 평등하다”며 “그동안의 가석방 제도는 평범한 수형자들에게는 결코 관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가석방심사위원회가 공정하게 심사한다면, 형기를 채웠다는 것 외에는 가석방 기준에 모두 불합격인 이재용을 석방시키는 결정을 결코 할 수 없다”며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이재용을 풀어주라는 정치적 외압에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 대표는 “만약 이재용이 석방된다면,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부’라는 이름을 스스로 반납해야 할 것”이라며 “국정농단 범죄자를 재벌 특혜 석방한다는 것 자체로 촛불정부, 개혁정부로서의 파산을 스스로 선고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재용이 석방되면, 우리는 4년 전 촛불 이전으로, ‘유전무죄 세상’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렇게 촛불의 몰락을 두고 볼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