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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8개 시도, 1056개 시민단체 “이재용 가석방 논의 중단하라” 촉구

더불어 걷는 길 2021. 7. 7. 10:06

전국 8개 시도, 1056개 시민단체 “이재용 가석방 논의 중단하라” 촉구

전국 각지 기자회견서 “촛불정부, 공정·상식 외면 말라” 한목소리…근거 없는 ‘총수역할론’ 반박도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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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무 기자 chm@vop.co.kr

발행2021-07-06 17:59:00 수정2021-07-06 17:59:00

 

전국 8개 시도, 1056개 시민단체 “이재용 가석방 논의 중단하라” 촉구 - 민중의소리 (vop.co.kr)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1,056개 단체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참석자들이 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가석방을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7.06ⓒ김철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가석방에 대한 논의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1천개 이상의 각계 시민단체들은 전국 각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부회장을 풀어줘야 한다는 주장에 타당한 근거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은 이 부회장 수감 와중에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무분별한 사면·가석방은 법치주의와 시장경제 훼손 등 한국 사회에 부작용을 야기한다는 설명이다.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은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이재용 사면·가석방 반대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동 성명에는 전국 1,056개 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나온 공동 성명에 130여개 단체가 참여한 것과 비교해, 이 부회장 사면·가석방 반대 목소리가 크게 확산하는 양상이다.

이날 단체들은 서울을 비롯해 강원·충북·대전·광주·전남·대구·경남 등 전국 각지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한편, 성명서 배포와 SNS 인증샷 등으로 이 부회장 사면·가석방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 사태를 불러온 국정농단과 불법합병 범죄의 중대성, 교화·재범 가능성 그 어떤 것을 따져봐도 이 부회장 사면·가석방 논의는 가당치 않다”며 “기업을 소유물로 여기고 회삿돈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제왕적 총수가 도대체 왜 필요한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은 총수가 없다고 일하지 못하는 조직이 아니다”라며 “삼성은 이 부회장이 없는 동안에도 수많은 노동자의 피땀으로 충분히 훌륭한 경영 성과를 내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중대한 경제 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과 사면권 제한을 약속한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심각한 경제 범죄를 저지른 총수를 경제 살리기 명목으로 풀어주는 건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병폐였다”며 “문재인 정부가 집권할 수 있었던 건 정경유착과 재벌 경제력 집중을 뿌리 뽑으라는 국민의 엄중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상기시켰다.

또한 “중범죄자인 이 부회장을 사면이나 가석방 대상으로 삼는 건 사실상 유전무죄·무전유죄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금권을 윤리·도덕과 거래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86억원 회사자금 횡령 등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다. 또한, 불법승계 사건에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외부감사법상 회계분식, 형법상 배임 등 위법 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1,056개 단체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참석자들이 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가석방을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7.06ⓒ김철수 기자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는 6일 오전 충북도청 앞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과 가석방 논의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충북시민단체연대회의

‘촛불정부’의 전근대적·수구적 이재용 사면·가석방 논의에 쏟아진 경고

기자회견에서는 정부가 당초 약속한 국정철학을 견지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석운 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는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만 하고 있다”며 “재벌개혁과 사회적 불평등 해소는 추진하지 않고, 이 부회장을 풀어주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 그룹은 이 부회장 구속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투자도 집행하고 있다고 설명한 박 상임대표는 “이 부회장을 풀어줘야 한다는 주장은 전근대적이고 수구적인 발상”이라며 “사면·가석방 논의 중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이 부회장을 사면하는 건 스스로 약속한 공정과 정의 가치를 외면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 부위원장은 “문 대통령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8·15 이재용 사면’이 정설로 퍼지고 있다”며 “이 부회장 사면으로 국정논란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 사면 강행은 ‘촛불 배신 정부’를 공식화하는 꼴”이라며 “거대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근간이 된 촛불정신에 대한 발언이 이어졌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난 2016년, 2017년 촛불을 들 때, 이 부회장을 사면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이 자리에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한탄했다.

이어 “국정농단 핵심인 정경유착을 단죄하는 나라를 기대했다”며 “경제가 걱정된다는 이유로, 뇌물을 제공한 총수를 풀어줘야 한다는 거짓말은 안 들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또한 “현 정부가 법치주의를 비웃고 정경유착을 끊자는 상식적인 주장을 외면한다면 전임 정부와 뭐가 다르냐”며 “이 부회장 사면은 현 정부 정당성을 무너뜨린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 정부가 마지막 강을 건너지 않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이상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도 “국민은 공정과 상식을 원한다”며 “정부는 사면·가석방 논의를 중단하고 이 부회장이 정정당당하게 죗값을 치르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1,056개 단체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참석자들이 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가석방을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7.06ⓒ김철수 기자

근거 없는 ‘총수역할론’…“총수 부재 따른 경영 차질 없어”

이 부회장 사면·가석방 주장 근거로 제시되는 이른바 ‘총수역할론’에 대한 반박도 제기됐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최근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기류가 바뀌어 우려된다”며 “일부는 총수 부재가 국가 경제 위기와 삼성 투자 의사 결정 지연으로 이어진다는 역할론을 얘기한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과거 총수 구속 시 기업 경영에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부회장이 저지른 국정농단 범죄가 마치 경영 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것처럼 ‘기업-총수 일체론’을 주장하기도 한다”며 “이 부회장 범죄는 경영권 세습과 사익편취를 목적으로 한 개인 범죄”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 사면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법이 일반인과 경제 권력 총수 간 다르게 적용되면 시장 경제가 무너지고 약자 재산권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외 각종 범죄로 재판을 받고 있거나 재판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도 사면은 법치주의에 어긋난다고 권 국장은 지적했다.

그는 “이 부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분식으로 불법승계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고,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도 정식 재판이 예정돼 있다”며 “이 부회장이 사면되면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이 부회장이 사면되면 정경유착 근절과 집중력 억제 실패 부작용 등 부정적 영향만 남게 될 것”이라며 “중대한 경제 범죄 무관용 원칙과 사면권 제한을 약속한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풀어주면 법 수호와 공정 경제를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권 국장은 “이 부회장 사면 열쇠는 문 대통령이 쥐고 있다”며 “남은 임기 동안 사면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천명하라”고 촉구했다.

삼성 그룹 성장 주역은 총수가 아니라 노동자라는 점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상수 반올림 활동가는 삼성 신화를 만리장성에 빗댔다. 그는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았다고 역사에는 쓰여있지만, 사실 만리장성에는 당시 민중의 고통과 목숨이 쌓여있다”며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반도체 신화’ 몽상을 현실로 만든 건 노동자”라고 말했다.

이어 “엔론 사태를 보면, 이 부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분식 범죄만으로 수십년의 징역을 받아야 한다”며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마땅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했다.

이 활동가는 “삼성이 법 위에 군림해 온 역사를 촛불시민의 힘으로 바로잡을 기회를 잡았는데, 삼성을 다시 범죄 조직으로 되돌린다면 죄가 가볍지 않다”며 “이 부회장이 국가와 삼성에 기여하는 유일한 길은 죗값을 치르는 것이다. 아직 나올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1,056개 단체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참석자들이 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가석방을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7.06ⓒ김철수 기자